를 나는 모른다.

 

내가 엄청나게 유능한 사람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쓸 만한 사람일까?

 

회사에서는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나를 어느 정도 신뢰는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독일어도 드럽게 못하는 나를 외근 보낼 리가 없으니까

 

이 회사에 붙어있는 것은 사실 Azubi라서 가능한 일인데

사측에서도 일단은 나를 데리고 있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비록 독일어 이슈로 의사소통에 차질이 종종 있긴 하지만

일은 정직원 급으로 할 능력이 있고 게다가 풀타임 일 시키고 월 700유로 내로 부려먹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당장은 윈윈 같은 거라고 볼 수 있지

나 역시 돈보다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했으니.

또 일도 드럽게 열심히 하는데(사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 기저에는 내가 처한 상황 + 특유의 노예근성이 자리 잡고 있다.

 

반드시 Azubi라고 해서 굽히고 살아야 할 이유는 특히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없지만

난 '외노자' 특성이 포함되어 있는 게 문제다.

일을 잘, 그리고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의사소통도 제대로 안 되는 아시안을 쓸 이유가 회사 입장에서는 없지.

게다가 한국인의 특성인지 군대에서 배운 건지 '노예근성'까지 아주 잘 장착하고 있어서

마치 군대에서의 이등병처럼 굽히고 사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은 성실하다'라는 프레임을 독일인들 혹은 최소한 우리 회사 사람들은 가지고 있다.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몇 번 있다.

이전에도 한국인 Azubi가 있었는데 일을 정말 열심히 했었다고.

그 말에 가스라이팅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이 어느 정도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노예근성과도 어느 정도 맞물리는 부분인데, 나는 회사에 병가를 내본 날이 단 하루밖에 없다.

감기에 걸렸든지 컨디션이 안 좋든지 상관없다. 못 걸을 정도 아니면 무조건 출근했다.

독일 놈들 좀만 아프면 하루 쉬고, 1~2주 병가 내는 것도 봐온 나로서는 이 점에 대해서 나름 자부심이 있다.

 

음.. 근데 이제 다음 문제는 Ausbildung이 끝난 후에 발생하는데,

회사에서 과연 나를 계속 쓸 것인가..??

이게 문제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 Ausbildung을 마친 곳에서 계속 일하는 게 맞긴 하다.

회사에서도 키워서 써먹으려고 하는 것도 있고 그게 사실 Ausbildung제도 그 자체이다.

 

나 역시 잘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긴 하다.

Ausbildung 끝내고 자를 거였으면 굳이 회사 돈 들여서 운전 연수를 시켜주지도 않았겠지

대충 3.5년 쓰고 버리지.

근데 한편으로는 Ausbildung이 끝나면 회사는 나에게 거의 똑같은 일을 시키면서 돈은 최소 세 배로 줘야 한다.

물론 최저 시급을 준수하는 건 매우 당연한 일이고, 우리 회사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돈 깨나 버는 게 틀림없으니 단순히 나에게 돈 더 주는 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냥 불안해서 그렇다.

잘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일자리 구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이 도시를 떠나고 싶지 않다.

독일 다른 도시에서 새로 일자리 구하느니 한국 가버린다는 마인드

뭐 안 잘리면 감사합니다 하고 개 같이 일하는 거고

 

그러고 보니 이런 글을 쓰는 이유가 지난 한 주 일거리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Azubi로서는 뭐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정직원이 되어서 이 꼴 나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에라 모르겄다~

흘러가는 대로 산다

 

벌써 2년이나 했구나

이번 달에 월급 오르네

개꿀~

 

2년 잘했는데 남은 1년 반쯤이야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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