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험을 앞두고 있음에도 공부를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증상이 있다.
우선 일주일 전, 별생각 없다.
아 일주일 뒤에 시험이네~ 이 정도
5일 전, 슬슬 체감이 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공부할 게 많다고 징징대는 것 외에는
4일 전, 불안해진다.
시험은 이번 주에 있고, 범위는 태산 같고, 공부는 안 했고..
그냥 앞이 아무것도 안 보인다 like 이등병 군생활
이때 해야 할 일은 당연히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안 했죠??
3일 전, 살짝 내려놓는다.
체념을 조금 곁들인 상태.
지금부터 공부 하면 그래도 낙제는 안 하겠지~라는 마인드
슬슬 Handout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물론 10분 보고 딴짓 20분 한다.
2일 전, 바로 오늘이다!
드디어 살짝 미쳤다.
시험 범위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개 헛소리를 하고 있다.
헛소리는 맞는데 헛소리가 아닌 게, 시험 범위가 많지 않은 건 맞기 때문이다.
근데 문제는 많았던 시험 범위를 내가 임의로 줄인 것이라는 거지
이를테면,
'에이 이건 시험에 안 나오지 ㅋㅋㅋ'
'이런 암기형 문제는 작금의 트렌드에는 맞지 않지'
'이건 ㄹㅇ 너무 지엽적인데? 이걸 내면 그건 아니지.. 우리나라 공무원 시험도 아니고'
등등 내 멋대로 가지를 쳐내기 시작한다.
더 극단적으로는, '이거 오늘은 적당히 하고 내일 바짝 하면 그래도 평타는 칠 것 같은데..?'
라는 망상도 시작한다.
이딴 헛소리, 망상을 하는 나를 멀리서 보면 진짜 웃기다.
'와 저저 멍청한 거 생각하는 것좀 보소 ㅋㅋ'
이거 봐. 지금도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이딴 글이나 쓰고 있네
진짜 만약 신이 존재해서 내 인생을 멀리서 보고 있으면 가관이라고 생각할 거야
근데 한심하긴 한데 웃기긴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인생 보느라 다른 놈들 거 볼 시간도 없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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