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서는 년에 두 번씩 도시 내에 있는 모든 음악 학원을 돌면서 조율을 한다.

올해 역시 나도 동원되었고,

많은 학원 중 한 곳에서 있었던 일이다.

 

조율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누가 들어오더니 피아노 하나가 제대로 조율이 안 되었단다.

순간 식겁해서 '내가 조율한 피아노인가...' 생각하며 그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갔다.

다행히 동료가 조율한 피아노였다.

(그 와중에 아무튼 내가 조율한 피아노는 아니라서 안심이 되긴 했다.)

 

그가 지적한 사항은 듣고나서 참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중음부의 장 3도 화음을 몇 개 쳐보더니 화음이 깨끗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듣고 나서 귀를 의심했고, 내가 독일어를 제대로 못 알아먹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들어보니 똑같은 소리였다.

 

'하.. 이게 뭔 개소리지.. 뭔 16세기에 살다왔나..'

라고 할 뻔

 

부족한 독일어로 그래도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태도가 당당한 게 레전드

'(장 3도 화음을 치며)이거 들어봐. 너 조율사니까 들을 수 있잖아. 화음이 깨끗하지 않지?'

이 당당함에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웠다.

 

'아니 저기요, 장 3도가 어떻게 깨끗합니까.. 어디서 뭘 보셨는 지 모르겠지만 헛소리 집어치우고 가서 일이나 보슈'

라고 속으로는 생각했으나 쫄보 이슈와 독일어 이슈로 그럴 수는 없었고

곧 그 피아노를 조율했던 동료가 와서 뭐라뭐라 하더니 잘 마무리가 되었다.

 

조율을 지적한 사람은 그 학원의 원장이었는데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했는지 매우 의문이다.

어디서 뭘 주워 들은 거지 대체?

하.. 근데 뭔 .. 차라리 소리가 별로라고 하면 그러려니 했을텐데 말이지

 

쉽지 않구나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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