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심오한 글이 아닙니다)
좋은 피아노를 산다는 것, 쉽지 않다.
사실 요즘 나오는 신품은 진짜 웬만하면 괜찮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 중고 업라이트 피아노를 구매하는데,
중고는 편차가 매우 심하기도 하고 피아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건반 몇 번 눌러보고 사곤 한다.
뭐 그런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봤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이런 글을 하나쯤 써보고 싶었다.
일단 절대 전제가 하나 있는데, 소음 문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사일런트 피아노를 사는 게 아니라면 무조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택에서 피아노라..
요즘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이 문제의 해결은 이웃에게 달려있는데, 아무리 한낮에 친다고 해도 이웃집에서 클레임을 걸면 골치가 아프다.
뭐 층간 소음 규정 상 xx 데시벨 이하는 괜찮고.. 몇 시까지는 괜찮고.. 이런 소리를 해가며 이웃과 싸우면서까지 피아노를 쳐야만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모든 상황들을 고려해서 업라이트 피아노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면
이제는 어떤 피아노를 골라야 할지 고려해야 한다.
피아노를 칠 줄만 알았지 피아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나름 기준을 몇 가지 제시해보려고 한다.
(우선 생각나는 대로 찌끄려보았으나 추후에도 계속 수정할 예정)
마지막에 요약을 했으니 읽기 귀찮으면 마지막만 보십쇼..
1. 절대적 기준
진짜 '무조건!'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다.
가장 먼저 건반과 페달이 원활한 작동을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건반은 단순히 타건을 했을 때 음을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 ppp부터 fff까지 모든 음량에서 좋은 음을 내는지
- 연타가 원활한 지
- 건반을 누르고 있을 때 음이 지속되는지
등을 최대한 자세하게 확인해 보면 좋다.
페달 역시 잘 작동해야 하는데,
최소한 가장 오른쪽 페달인 댐퍼 페달은 멀쩡해야 한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 왼쪽 페달(소프트 페달), 가운데 페달(머플러 페달)은 필요 없다.
댐퍼 페달을 확인할 때 페달을 발로 서서히 밟아보면서
어느 지점부터 음이 울리는지 확인하면 좋다.
(매우 간단히 조정이 가능하므로 맘에 안 들 경우 구매 시 요구하면 기꺼이 해줄 것이다.)
2. 객관적 기준
절대적인 기준보다는 우선순위에서 밀리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매우 권장하는 사항이다.
- 피아노 내부 까보기
가장 베스트는, 나 같은 사람을 데려가서 피아노 액션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인데,
이런 걸 확인해 줄 지인이 주변에 있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내부를 까보는 것이 무의미하지는 않다.
피아노의 윗판과 아랫판을 열어서 청결 상태 정도는 확인해 주면 좋다.
판매점 주인이 반길만한 일은 아니지만.. 고객이 보겠다는데 까라면 까야지 별 수 있음?
중고 피아노(특히 4~50년 이상 된 낡은 피아노)의 경우 먼지가 쌓여있을 가능성이 있다.
더 심각한 경우, 거미줄이 가득하고 거미 시체가 있다거나.. 쥐똥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정상적인 가게면 들여온 후에 청소를 하겠지만, 혹시 모르니 가능하면 확인을 해보도록 하자.
- 피아노 건반 뚜껑, 보면대
이건 필수라기보다는 자동차로 치면 옵션 같은 것이다.
안전을 위해 피아노 건반 뚜껑을 닫을 때 손을 놓아도 서서히 내려오는 구조가 있다. Kawai에서는 'Soft Fall System'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보편적으로 어떤 용어를 쓰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고오급 모델에는 이러한 배려가 들어간다. 하지만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게, 설치를 하면 뚜껑이 서서히 내려오도록 하는 장치를 따로 판매하기 때문에 이러한 제품을 별도로 구매해도 된다.
보면대의 경우 접었을 때 고정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있다. 대체로 옛날 피아노는 보면대가 고정이 안 되는 편인데, 이게 피아노 뚜껑을 닫을 때 은근히 개빡친다. 보면대를 잡고 뚜껑을 닫아야 닫힌다. 이런 사소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면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3. 주관적 기준(취향, 경제적 상황 등)
여기부터는 취향의 영역이다.
누구의 간섭도 허용되지 않는다.
오로지 개인의 조건만 선택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래 기준들은 우선순위에 따라 나열한 것은 아니다. 우선순위는 각자 다르다.
- 메이커(브랜드) : 당연히 유명한 메이커일수록 비쌀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같은 메이커 중에서도 급이 나뉜다. 사실 사면 안 되는 브랜드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누군가에게는 스타인웨이보다 영창이 좋을 수도 있는 것이다.
- 제조국 : 모든 메이커가 꼭 자국에서 피아노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고, 저가형 모델은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하기도 한다. 뭐 굳이 따져야 하나 싶다. 중국에서 만든다고 개판으로 만들고 그러진 않는다.
- 사이즈 : 1m 초반 대부터 1m 30cm 넘는 것까지.. 업라이트 피아노도 사이즈가 다양하다. 피아노가 클수록 대체로 비싸고, 표현할 수 있는 음량의 폭이 넓다. 당연하다.
- 음색 : 지극이 개인적인 영역이다. 직접 쳐보고 결정한다. 다만, 판매점에서 듣는 것과 집에서 듣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추후에 음색은 약간 조정이 가능하지만, 타고난 음색을 뒤틀 수는 없다. 그리고 다 돈이다...
- 터치감 : 건반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확인해야 한다. 뭐가 더 좋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가벼운 것보다는 차라리 무거운 편이 낫다. 터치감 또한 추후에 조정이 가능하지만 역시 다 돈이다..
- 연식 : 오래된 피아노가 좋은 소리를 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새 거일수록 좋다.
- 디자인 : 맘에 드는 거 고르쇼
- 가격 : 사정에 맞게 고르쇼.. 근데 판매점이 바보도 아니고 웬만하면 좋은 피아노에 비싼 가격표를 붙여놓았을 것이다. 다만 피아노를 만지다 보니까 아닌 경우도 보곤 한다.. 예를 들면 브랜드 값이 포함되는 경우인데, 내·외부가 쓰레기 같은 Yamaha가 상태가 매우 양호한 Youngchang보다 비쌀 수 있다.
< 요약 >
1. 절대적 기준
1) 건반 작동 확인
- 모든 음량에서 좋은 음을 내는지
- 연타가 원활한 지
- 음이 지속되는지
2) 페달 작동 확인
- 최소한 오른쪽 페달(댐퍼 페달)은 작동해야 함.
2. 객관적 기준
1) 내부 까보기
Best : 내부 액션 이상 없는지 확인
at least : 청결 상태 확인
2) 건반 뚜껑, 보면대 옵션 선택
- 건반 뚜껑이 닫을 때 서서히 내려오는지 or 따로 제품 구매
- 보면대를 접었을 때 고정이 되는지
3. 주관적 기준
- 메이커(브랜드)
- 제조국
- 사이즈
- 음색
- 터치감
- 연식
- 디자인
- 가격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