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올 때 아무 생각 없이 왔다.
집도 이미 있었고, 그저 한 달 예상 생활비 1000유로만 있으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허나 그것은 헛된 꿈이었고, 독일 오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예상하지 못했던 초기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다.
1. 가구 양도(Übernehmen)
운 좋게도 친구가 살던 집에 들어오게 되었고 덕분에 집 구하는 수고는 전혀 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이 집에 들어오고 1주일 쯤 후에 친구는 다른 곳으로 떠났는데,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가구들을 내가 이어받게 되었다.
옷장 2개, 선풍기, 책상, 의자, 거울, 침대, 책장 등 이사 갈 때 가지고 가기 쉽지 않은 것들을 다 이어받게 되었는데
비용은 고작 200유로. 너무나 싸다.
만약 가구들을 전부 새로 사야한다면 중고로 사도 최소 500유로는 나오지 않을까 싶다.
첨에 받을 땐 몰랐다. 아 그냥 싸게 주는구나.. 이러고 말았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싸도 너무 싸다.
2. 스피커, 키보드, 모니터, 본체케이스
독일 오자마자 산 것들이다. 생각해보니 참 쓸데없는 지출이다. 노트북 하나 쓰면 다 해결되는 건데, 데스크톱 써보겠다고 생쑈를 하다가 이렇게 되었다. 대충 다 해서 220유로 정도 든 것 같다.
3. 닌텐도 스위치
역시 불필요한 지출. 그러나 애초에 이건 사겠다고 작정하고 온 거라 후회는 없다.
4. 헤어드라이어
거의 필수이지 않을까? 아마존에서 20유로 주고 Remington 사의 제품을 샀다. 이름 있는 메이커의 비싼 제품을 사기엔 출혈이 너무 컸다. 드라이기가 반으로 접히지 않는다는 약간의 단점이 있긴 하지만 성능은 그럭저럭 쓸 만하다. 며칠 전에 드라이기를 아래에서 쏘면서 물 털다가 불꽃을 목격하긴 했지만..
5. 청소기
까짓 거 걍 빗자루로 쓸면 되는데 그게 귀찮아서 청소기를 샀다. 진공청소기는 상대적으로 70유로 내의 저렴한 가격이고 무선 청소기나 로봇 청소기는 100유로를 쉽게 넘어간다. 고민이 필요한 부분.. 허나 진공 청소기는 그냥 좀 그래서 무선 청소기로 갔다. INSE사의 무선 청소기를 108유로에 구매했다. 듣보 메이커라 그런지 무선 청소기 치고는 저렴하다.
써본 결과 배터리 지속시간이 길지 않다. 한 40분 되나..? 근데 집이 워낙 크지 않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건 없었고 진공청소기가 아닌 무선 청소기를 산 건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무선+가벼움의 메리트가 너무나 크다. 게다가 필요에 따라 길게 해서 쓸 수도 있고 짧게 해서 쓸 수도 있기 때문에 역시 만족.
6. 바리깡
미용실은 커트 비용도 드럽게 비싸고 설사 싸다고 해도 갈 자신이 없다. 그래서 바리깡 구매.
아마존에서 추천해준 Braun사의 제품으로 샀다. 가격은 대충 46유로 정도.
그래도 브라운 정도면 꽤 유명한 메이커라 믿고 샀다.
성능은 좋다. 사실 집구석에서 머리 자르는데 좋은 바리깡은 필요 없긴 하다.
성능과 별개로 머리는 조지긴 했지만.
7. 에어프라이어
얘는 필수인지 아닌지 애매하다. 뭐 없이 살라면 살 수 있긴 한데 있으면 또 좋다.
MIC사의 12리터 오븐형 에어프라이어를 샀다. 가격은 90유로 안쪽이었던 것 같다.
일단 회사가 듣보이고, 이베이 판매자가 중국인이라 크게 기대는 안 했다. 근데 나름 만족하며 쓰고 있다.
오븐형 에어프라이어의 장점은 일단 용량이 크다는 것. 이 제품의 경우 마트에서 파는 냉동피자가 딱 맞게 들어간다.
그리고 오븐의 기능을 어느 정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마트에서 파는 냉동 빵도 구울 수 있고, 로티세리도 가능하다.
이렇게 툴이 많긴 하지만 정작 해본건 아직까지 감자튀김이랑 냉동피자 밖에 없다.
사기 전에 여러 제품들을 보면서 생각한 게, 오븐형 에어프라이어가 일반 에어프라이어의 완벽한 상위 호환 아닌가?
사놓고 보니 꼭 그렇지는 않다.
오븐형이다 보니 조리를 마친 후에 음식을 꺼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개 뜨거운 철판을 만져야 한다. 물론 그러라고 장갑을 하나 넣어주긴 하는데.. 왜 한 짝밖에 안 주는지 모르겠다. 한 짝으로는 좀 버겁다. 게다가 장갑을 낀다고 뜨거움에 면역이 되는 것도 아니다. 첨엔 괜찮지만 한 10초 잡고 있으면 슬슬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이게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유일한 단점이다. 결국 용량 큰 걸로 일반 에어프라이어는 가뿐히 뛰어넘는다고 생각한다.
8. 식기들
밥을 해 먹기 위해서는 식기가 필요하다. 그릇, 프라이팬, 냄비, 수저 등.
그나마 친구가 많이 남겨주고 가서 지출이 줄긴 했지만, 프라이팬과 냄비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 얘네들 사는데도 적어도 30유로 이상은 썼던 것 같다.
이것들을 제외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살 게 더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히터(혹은 전기난로), 전기담요, 빨랫대, 쓰레기통, 반찬통 등등
독일 오실 때는 꼭 이런 비용도 고려해서 오시라
최근댓글